현미는 건강에 좋다는 의견도 많지만, 섭취를 반대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피틴산, 비소, 렉틴, 소화불량등의 문제가 있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이런 정보들 때문에 우리들의 머릿속은 더 복잡해 집니다. 도대체 먹으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이런 여러분들을 위해 제가 대신 열심히 공부해보았으니 결정에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현미에 대한 오해 1: 피틴산은 영양소의 흡수를 방해한다.
일단 100% 맞는 말입니다. 이론적으로는 반박할 것이 없습니다. 심지어 단백질과도 결합해서 단백질 흡수까지 방해를 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피틴산에 대해서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왜 그럴까요? 바로 현미는 조리과정에서 대부분 제거되기 때문입니다.
현미를 생으로 먹는 사람은 없지요? 한국인들의 99%는 현미를 밥이나 떡으로 섭취할 것입니다. 간식으로 먹는 사람들도 있지만, 간식도 결국 현미를 익혀서 만듭니다.
이건 그냥 저의 개인적인 의견이 아니라, 2011년 미국 식품의약청(FDA)에서 밝힌 내용입니다.
120도에서 1시간 정도 가열하면 식품내 피틴산의 농도는 최초의 20%수준으로 떨어진다
밥은 30분이내에 다 완성되지 않나? 그럼 20%보다 더 높은 농도로 남아있을거 같은데? 이런 생각이 드시나요?
그래도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현미는 식감이 거칠고 소화가 잘 안되기 때문에 물에 불려서 드시는데요. 물에 불리는 과정에서 피틴산이 일부 녹아 나오기 때문에 불려서 드시면 섭취를 줄일 수 있습니다. 하루 정도만 물에 불려두었다가 불린물은 따라내고 새물로 밥을 지으시면 됩니다.
그래도 찝찝하시다구요?
그럼 꼭꼭 씹어서 드시면 됩니다. 많이 씹으면 피틴산이 잘 분해되어, 영양소가 몸 밖으로 배설되는 것을 줄일 수 있습니다.
난, 그래도 피틴산이 걱정된다! 하시는 분들이 있으시다면?
피틴산이 가진 긍정적인 면에 집중해보세요. 피틴산은 물론 과잉으로 섭취하면 문제가 될 수 있겠지만 소량의 흡수는 건강에 도움이 됩니다.
체내 중금속을 배출해주고, ‘이노시톨’이라는 좋은 물질을 함유하고 있다는 큰 장점이 있습니다.
피틴산은철이나 칼슘과 같은 미넬랄을 데리고 나가서 문제가 되지만, 사실 우리몸에서 필요없는 독이 되는 중금속과도 잘 결합한다는 사실! 따라서 일부 피틴산은 일부러 내가 섭취해야 겠다!라는 마음으로 편하게 현미를 드시면 됩니다.
그리고 피틴산은 ‘이노시톨’과 ‘인산’이 결합된 물질이며, 분해되면 이노시톨이 떨어져 나오는데요. 이것은 건강기능성식품의 원료로 사용되는 물질입니다.
참고로 이노시톨은 다음과 같은 효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심혈관질환예방, 인슐린 저항성 개선, 항암작용(유방암, 전립선암, 간암, 대장암, 췌장암 등)
현미에 대한 오해 2 : 백미에 비해 비소 함유량이 높다.
비소는 국제암구소, 유럽화학물질청, 미국환경 보건청에서 모두 1급 발암물질로 규정한 유해한 성분입니다. 자연적으로도 존재하지만, 농약이나 살충제, 쥐약을 만들때도 사용되며, 전자산업에도 활용되는 중금속입니다. 따라서 토양과 물은 알게 모르게 비소가 쌓이게 되며, 여기서 자라나는 식물들에 비소가 축적되기 쉽습니다.
그런데 비소의 특징 중 하나는 물에 잘 녹는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물에 잠겨서 자라는 벼는 비소 오염에 특히 취약할 수 밖에 없는것이지요.
실제로, 다른 작물들에 비해 비소를 10배나 더 잘 흡수한다고 합니다. 게다가, 비소는 벼의 껍질쪽에 축적이 많이되므로, 도정을 거치지 않은 현미는 백미에 비해 위험할 수 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현미에 비소함량이 높다는 것은 100% 맞는 말입니다.
그럼 농약을 하지 않은, 유기농 현미를 먹으면 되지 않냐구요? 사실, 유기농 현미도 비소로 부터 안전하지는 않습니다. 앞서 말씀드린대로 비소는 꼭 농약을 통해서만 오염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물론 함유량의 차이는 있겠지만, 차이가 크지 않다는 안타까운 사실!
여기까지 들으면 당연히 현미를 먹지 말아야 한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하지만, 저는 여전히 현미섭취가 훨씬 건강에 좋다고 말씀드리고 싶은데요.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 첫째, 한국에서 재배되는 현미의 비소농도는 매우 낮은 수준입니다.
세계 어느나라 보다도 비소 함량이 낮습니다. 물론 미국에서 재배되는 쌀은 비소함량이 훨씬 높아, 특히 미국이나 캐나다 한인마트에서 사먹는 현미의 경우 주의가 필요하겠지, 한국에서 거주하신다면 비소에 대해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 둘째, 백미에 비해 비소의 체내 흡수율이 낮다.
이게 무슨말이냐구요? 조금 더 알기쉽게 말씀드릴게요.
우리가 비소를 먹었다고 해서 모두 우리몸에 흡수되는 것은 아닙니다. 일부는 배설되고, 일부는 흡수가 되는데요. 현미에는 피틴산과 식이섬유소가 풍부하기 때문에 몸 밖으로 상당량이 배설됩니다. 앞서서 피틴산은 중금속과 결합해 배설하는 기능이 있다고 말씀드렸지요? 비소도 중금속에 속합니다.
게다가 식이섬유소도 중금속을 흡착해 배설하는 기능이 있기 때문에 실제 백미보다 흡수율을 훨씬 낮다고 보고되어 있습니다. 아래 그래프를 보실까요?
현미에 비소의 양이 더 많지만 실제로 흡수되는 양은 백미보다 낮다는 명백한 사실을 보여주는 그래프입니다. 따라서 비소 걱정때문에 현미대신 백미를 선택하는 것은 현명한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 셋째, 물에 불리면 비소함량을 줄일 수 있습니다.
피틴산과 마찬가지로, 비소도 물에 불리는 과정을 통해 섭취량을 줄일 수 있습니다.
앞서서, 비소가 벼에 잘 흡수되는 이유는 벼가 물에 잠겨 자라기 때문이라고 말씀드렸지요? 그리고 비소는 물에 잘 녹구요. 결국 그렇다면 물에 불리는 과정을 통해 상당량을 줄일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따라서 비소는 물론 피틴산, 소화력 향상을 위해 현미는 꼭 불려서 밥을 짓는 것을 적극 권해드립니다.
현미에 대한 오해 3 : 렉틴이 함유되어 장에 염증반응을 일으킨다.
‘렉틴’은 단백질 중 하나인데요. 현미뿐 아니라 다양한 채소, 과일, 곡물에 들어있습니다. 그런데 렉틴이 우리몸에 염증반응을 일으켜 자가면역질환을 발생시킨다는 것이 알려지기 시작했는데요. 미국의 한 의사가 출간한 ‘플랜트 패러독스’라는 책에서 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물론 전문가이니, 이 분이 하는 말이 틀린말은 아닙니다. 렉틴이 인체내에서 하는 일만 보면, 렉틴이 함유된 현미는 절대 먹지 말아야 한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하지만 이것도 역시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사실! 훨씬 많은 전문가들이 이에 대해 반박을 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 첫째, 렉틴은 분해가 된다.
보통의 건강한 사람의 장에서는 렉틴이 일정량 분해가 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인체에 치명적인 염증반응을 일으키지 못하는 것이지요.
- 둘째, 입과 장에 있는 미생물이 렉틴활동을 억제한다.
렉틴이 분해가 안되더라도, 활동을 억제하는 미생물이 있기 때문에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말입니다.
물론, 주의해야 할 사람은 있습니다. 자가면역질환이 있거나 과민성대장 증후군이 있는 분들은 섭취량에 주의를 하는것이 맞지만 보통의 사람들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의견입니다.
그리고 서울성모병원 김경수 가정의학과 교수는 렉틴과 관련해서 이런 의견을 밝혔습니다.
렉틴과 관련한 임상시험 데이터를 찾아봤지만, 인체에 치명적임을 입증하는 자료가 없었다.
현미에 대한 오해 4 : 소화가 잘 안된다
네, 이것도 역시 맞는 말입니다. 질기면 뭐든 소화가 안되듯, 현미에는 식이섬유소가 많고 거칠어서 백미에 비해 소화가 잘 안되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 역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많습니다.
- 첫째, 천천히 여러번 씹어서 드시면 됩니다.
아무리 못해도 30번이상 씹어서 드셔야 합니다. 50번정도 씹으면 더 좋지만 어렵다면 30번이상 천천히 씹어주세요. 앞서 말씀 드렸듯이 씹으면 소화가 잘 될 뿐아니라, 피틴산의 분해도 잘 일어나기 때문에 1석 2조입니다.
사실 천천히 씹는것은 꼭 현미를 먹을때 뿐 아니라, 식사할 때 모든 음식에 적용하면 좋습니다. 식사속도가 빠를수록 비만, 심혈관질환, 당뇨, 위식도 역류질환, 지방간, 위염 및 위암등의 발병 위험이 올라가기 때문에 천천히 먹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감히 말씀드리지만, 만약 여러분이 바빠서 식사를 천천히 여유있게 할 수 있지 못하다면? 현미를 드시지 않는것이 더 좋습니다. 현미는 가장 겉에 있는 껍질만 벗긴것이라 95%의 영양분이 살아있고, 백미를 조저을 해서 겨우 5%의 영양소만 남아있습니다. 이렇게 현미의 영양가가 훨씬 뛰어나서 먹는것인데, 잘 씹지 않으면 영양소의 흡수율은 현저히 떨어지고, 소화도 잘 되지 않아 오히려 속만 더부룩해 진답니다.
- 둘째, 발아현미를 드시면 됩니다.
발아현미는 ‘싹을 틔운 현미’입니다. 집에서 직접 만들수도 있고, 마트에서 사서 드실수도 있습니다. 현미가 발아되면 여러가지 이점이 있지만, 그 중에 하나는 소화가 잘 된다는 점입니다.
이 역시 피틴산과 연관이 있는데요. 피틴산은 영양소 흡수를 저해할 뿐 아니라, 소화를 방해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발아를 하는 과정에서 피틴산의 분해가 일어나면서 소화가 잘 되는것은 물론 겉껍질이 부드러워지고, 밥에 찰기가 생기게 된답니다.
실제로 발아시켜 밥을 해보면 밥에 윤기가 도는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요약 및 결론
현미에 대한 오해가 많아 글이 길어졌는데요. 오히려 머리가 더 복잡하실거 같아, 한 줄로 정리 해드릴게요.
물에 하룻동안 불려서 꼭꼭 씹어서 드시면 됩니다.
이렇게 하면 현미의 영양소를 온전히 흡수하면서 비소, 렉틴, 피틴산을 상당량 제거하고, 소화도 잘 되고, 맛도 좋아진답니다.
현미 섭취, 주의가 필요한 경우
첫째, 아무리 좋은 현미라도 소화력이 매우 떨어져 있는 어르신들, 소화기 질환이 있으신 분들은 좋지 않습니다. 이런경우에는 아무리 오래 씹더라도 속이 불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둘째, 어린이들에게 현미를 주실때는 발아현미로 주는것이 좋으며, 100%현미는 절대 권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백미:현미 비율을 7:3을 넘어가지 않는것이 좋습니다. 물론 3살이전이라도 갈아있는 형태로 주는것은 큰 무리가 없습니다. 실제로 이유식에도 현미 가루가 자주 사용됩니다.
셋째, 치아가 좋지 않거나 식사속도가 빠르신 분( 30번이상 씹지 못하는 사람)들은 현미를 권해드리지 않습니다. 현미는 충분히 씹어야 하는 음식이라는 점 다시한번 강조를 드립니다.
넷째, 철분 결핍성 빈혈이 심한경우에는 현미 100%로 밥을 짓지 마시고, 백미와 섞어서 드시는 것을 권해드립니다. 피틴산에 의한 철분의 손실은 매우 미량이지만 빈혈이 있다면 적은양이라도 주의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백미를 많이 섞는것을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반찬으로 식이섬유소와 비타민, 무기질이 풍부한 채소를 충분히 드시면 되니까요. 현미가 좋은 음식이긴 하지만, 대체할만한 다른 음식들이 많이 있다는 점, 기억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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